[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초등학교 시절에 ‘반공도덕’이란 과목이 있었다. 도덕보다 ‘반공(反共)’이 먼저였다. 반공도덕 교과서에 나온 세 명의 슬롯 머신 게임이 강렬하게 가슴에 새겨졌다. 1968년 겨울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무장공비들에게 잔인하게 학살당했다는 ‘이승복 어린이’가 첫째였다. 공산주의자의 극악무도함에 대한 증오와 함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는 애국심을 갖춰야 한다고 배웠다.
아마도 한국전을 전후한 빨치산들이 준동하던 후방 마을을 배경으로 했던 것 같은 이야기가 두 번째였다. 심부름을 다녀오던 한 슬롯 머신 게임이 빨치산들이 오는 소리를 듣고 논바닥 같은 곳에 몸을 숨긴다. 슬롯 머신 게임이 있는 걸 모른 채 빨치산들은 자신들의 마을 침투 정보를 서로 나눈다. 숨죽이며 그들의 대화를 들은 슬롯 머신 게임은 빨치산들이 사라진 후에 마을에 가서 주민과 경찰에게 빨치산의 계획을 알려준다. 슬롯 머신 게임의 신고에 힘입어 철저하게 방어 준비를 한 덕분에 공격을 가해온 빨치산은 일망타진된다. 주위 수상한 이들이 없나 항상 경계하면서, 이상하면 철저하게 어떤 어려움도 이기면 신고하는 의식을 다지라는 의도로 실린 이야기였다.
마지막은 멀리 떨어진 유럽의 한 국가에서 유래되어 왔다. 네덜란드는 대부분 지역이 바다보다 낮아, 둑을 많이 쌓아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걸 막았다고 한다. 어느 마을에서 한 슬롯 머신 게임이 둑 옆을 지나가다가 물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난 곳을 찾아가니 둑에 구멍이 나고, 그리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 슬롯 머신 게임은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았는데, 점점 구멍이 커지면서 주먹으로 막고, 나중에는 팔 전체를 구멍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지나는 사람도 없는 가운데, 슬롯 머신 게임은 추위에 떨면서도 팔을 빼지 않고 구멍을 막은 채 밤을 지새우고는 결국 숨을 거두었다. 슬픔보다는 국가까지 연결되는 공동체 집단을 위해서는 목숨도 바칠 수 있어야 한다는 애국심을 함양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세 번째 네덜란드 슬롯 머신 게임의 이야기는 미국의 소설가인 메리 맵스 닷지(Mary Mapes Dodge)가 1865년에 출간한 소설인 <한스 브링커 또는 은빛 스케이트 Hans Brinker: Or, The Silver Skates에 나왔다. 소설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돌아가면서 읽는 ‘하를럼의 영웅 The Hero of Haarlem’이란 글로 나온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그 토막 이야기도 ‘네덜란드 슬롯 머신 게임(The Dutch Boy)’이란 제목으로 미국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소설에서 슬롯 머신 게임은 손가락으로만 제방을 막다가 거의 실신 상태로 있다가, 아침에 병든 신자를 방문하고 가는 목사가 신음을 듣고 그를 발견하며 겨우 목숨을 건지는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나온다. 한국에서는 교과서에 실은 글이었음에도 더욱 극적으로 비장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로 변했다.
닷지의 소설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이후 네덜란드를 방문한 다수의 미국인이 슬롯 머신 게임이 손가락으로 막은 둑이 어디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워낙 그런 질문들이 이어지자 1950년에 네덜란드 관광국에서 네덜란드 북부의 스판덤(Spaarndam)이란 곳에 슬롯 머신 게임이 손가락으로 둑의 구멍을 막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형태의 동상을 세웠다.
여기서는 1950년이라는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차대전의 유럽 전역으로 많은 미국 병사들이 파병되었고, 네덜란드로 진군한 미군들도 상당수였다. 전후에도 미군일부가 주둔을 이어갔고, 복구 사업 등을 위한 미국인 행정요원들도 파견되고, 그들의 가족들로 네덜란드에 살게 된 이들도 많았다. 전후 사회가 안정되면서 관광객으로 유럽으로 오는 미국인들이 네덜란드로도 꽤 오는 시점이었다. 주요 고객들인 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소재를 제대로 네덜란드 관광국에서 개발한 셈이다.
스토리텔링이 관광을 위해 중요하다고 슬롯 머신 게임. 그런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행태는 예전부터 있었다. 꼭 관광산업을 위해서 만든 건 아니지만, 웬만한 지역 소개에 곁들여지는 숱한 전설들도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초반쯤 읽은 것 같은 어느 소설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예 제목부터 ‘전설 만들기’였다. 소설은 특별한 화제작도 내놓지 못하고 낙담하여 잠시 귀향한 소설가에게 군청 공무원인 옛 친구가 지역 내 몇몇 곳에 얽힌 이야기들을 함께 정리하자고 제안하는 데서 시작슬롯 머신 게임. 그런데 일은 정리를 넘어서 허구의 전설을 만들어내는 걸로 번져간다. 특히 한 바위를 보고는 여자를 욕보이기 좋게 생겼다며, ‘강간 바위’라고 이름 짓고 그에 걸맞은 유사 전설과 같은 이야기까지 만들어내자는 데서 소설가는 질색슬롯 머신 게임. 결국 겨우 그것까지 하고는 도망치듯 고향을 떠난다. 이후 군청의 공무원이 전설 만든 게 효과가 좋아 군민들과 관광객들이 좋아슬롯 머신 게임면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낸다. 거기에 강간 바위라고 이름 붙인 바위에서 실제로 강간 사건이 일어나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고 자랑스레 알려주었고, 소설가는 더욱 절망슬롯 머신 게임.
네덜란드 스판덤의 슬롯 머신 게임 동상에는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어와 영어로 쓰여 있다는데, 영어로는 다음과 같다.
"Dedicated to our youth, to honor the boy who symbolizes the perpetual struggle of Holland against the water."
(끊임없이 수해와 싸우는 네덜란드의 투쟁을 상징하는 슬롯 머신 게임을 기리며, 우리 젊은이들에게 바칩니다.)
‘상징(symbolizes)’슬롯 머신 게임는 단어를 쓴 게 교묘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허구를 이용하여 동상까지 만들었지만, 그게 바로 진실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죽음까지 몰고, 그를 칭송하고 그에 보답하기보다는 조금은 여유 있는 ‘보훈’과 그를 상징하고 기념하는 보훈의 달이 되기를 바라면서 썼다.

슬롯 머신 게임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